없는 것을 보고

최근 김인배의 조각은 공간 안에 존재하는 방식을 통해 초점을 표피적 이미지 너머로 확장하거나, 형상의 내부로 연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관측한 결과는 역설적으로 아직 그 무엇도 되지 않은 어떤 상태에 가깝다. 즉, 무엇이 되어 있는 고정적 상태로서의 조각이 아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과정의 존재로서 시선을 욕망한다.

작가는 조각의 정지된 상태와 그 이미지 너머로 향하는 운동성의 관계를 발견하리라는 믿음 아래 작업의 견고한 형식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 조건까지 포섭하며 기존 인식의 체계에 질문을 해왔다. 그의 조각은 시각적으로 구현된 고정적 현상이라기보다는 관찰자의 시점에 따라 역동적으로 발견되는 가능성을 담지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고정된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인식하는 순간은 지속적인 형식으로 계속해서 발견될 뿐이다.

본 전시 《없는 것을 보고》는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적인 대상으로 했을 때 가능해지는 조각적 행위들에 초점을 맞춘다. 작가는 ‘없음’을 모델링하거나 캐스팅하기, ‘사라지거나, 시각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바라보기와 같은 방식으로 비가시적인 상태나 상황을 사고 영역의 확장을 위한 촉매제로 상정하고, ‘보는 행위’를 대리/ 매개하는 조각적 실험을 시도한다. 이렇게 전시는 논리와 감각, 실재와 상상, 현실과 상징 사이를 오가며 존재하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시공을 자각하길 요구한다.

크레디트

참여작가 : 김인배
기획/ 글 : 김성우
디자인 : 강문식
공간조성 : 무진동사
사진 : CJY ART STUDIO (조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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