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폭포 앞에서 사람들은 대개 사진을 찍거나 물소리를 배경 삼아 잠시 멈춰 선다. 우리는 도심에서 이러한 대상을 자연에서 나무 한 그루 보듯, 하나의 풍경으로 바라본다. 이렇듯, 도시 한복판 개천에 놓인 이 폭포는 자연의 은유이기보다 도시 스스로를 진정시키려는 장식적 장치에 가깝다. 차재민의 개인전 《폭포와 희열》은 바로 이 익숙한 풍경을 다시 호출하되, 그 표면을 단순히 재현하지 않고 같은 장소를 가로지르는 서로 다른 시점들을 한 공간 안에 병치함으로써, 이 서식지 주위에 응축된 정서의 지층을 관찰한다. 이번 개인전에서 세 개 채널의 영상과 여러 갈래로 펼쳐진 드로잉, 그리고 콜라주 이미지들은 각각의 매체로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몸에 연결된 여러 개의 감각 기관처럼 서로를 비추고, 간섭하며, 도시적 정동의 다층적 단면을 형성한다.
전시 중심에 있는 <폭포와 희열>(2025)은 서로 다른 거리를 유지하며 서식지를 바라본 서울 홍제천 일대를 촬영한 영상 작업이다. 전시장에서 세 개의 화면은 인공 폭포, 굴다리, 강변을 오가는 사람들과 새, 물살과 콘크리트 구조물이 병풍처럼 연속적으로 배치된다. 영상은 관객의 시선이 나란히 선 화면들 사이를 오가며 어느 하나의 화면 앞에 고정되기보다, 이미지들이 스스로 직조해 나가며 한 공간에서 동시에 얽히고 풀리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생겨난다. 즉, 영상은 타자들의 리듬이 한 번에 겹쳐 들어오는 구조로 삶의 가장 유순한 몸들이 모인 장소이자 감정의 정착지이기도 하여, 도시 공간 속에 놓인 부차적 공간의 정동을 비가시적인 정서의 층위로 바라보도록 한다. 이 전시는 이러한 감각적 구조를 통해 기록과 상상,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서 의미가 하나로 고정되지 않고 정리되지 않는 순간을 드러낸다.
이 지점에서 전시 《폭포와 희열》은 차재민이 그간 축적해 온 작업 궤도와 분명한 연속성 위에 있다. 작가는 내밀한 삶의 요소가 사회적 제도와 만나는 순간과, 질병과 죽음을 향한 당사자 주변의 시선에서, 혹은 관찰자로서 완벽히 현실이 전치된 경험과 감각의 태도에 주목해 왔다. 예컨대 <네임리스 신드롬>(2022)은 명명할 수 없는 증후군을 둘러싼 언어와 신체 경험 사이 힘의 비대칭을 통해 포착하지 못하는 긴장과 실패, 나아가 감정의 잔여물에 초점을 맞추었고, <광합성하는 죽음>(2024)에서는 감염의 속성과 죽음을 둘러싼 서사, 혹은 대상에 다가가면서도 끝내 도달하지 못하는 이미지를 복수의 언어로 탐색해 왔다. 《폭포와 희열》은 앞선 질문들을 도시의 서식지로 옮겨와 다시 변주한다. 전시는 ‘머무는 것’과 ‘견디는 것’에 대한 치유의 방식들을 장소에 빗대어 일상을 반복하는 리듬 위에 머물기 위한 감각들을 어떻게 볼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믿을 것인지에 대한 사유에 주목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고통, 죽음과 같은 커다란 주제는 홍제천이라는 일상적인 풍경 속으로 스며들고, 인간이 아닌 존재들—새, 물, 콘크리트, 구조물—의 리듬이 다른 시점과 동등한 무게로 화면에 등장하게 된다. 이렇듯 작가는 포착된 일상의 루틴 내부에서 치유에 대한 작가적인 시선에 방점을 둠으로 보다 휴머니즘적 시선에 머무르도록 한다. 전시는 이전의 작품들이 다뤄 온 감각과 언어, 그리고 제도 사이의 간극을 특정 주제의 재현 문제에서 확장하여, 다중적인 시선이 표류하는 지대 위에 숨 고르기를 하는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영상 <폭포와 희열>은 고정된 서사 구성을 비껴가며 카메라가 굴다리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서식지에 머무는 왜가리와 백로의 몸짓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오른쪽에 위치한 전시장을 한결같이 메우는 뒤집힌 인공 폭포는 여전히 ‘떨어진다’는 감각에 붙잡혀 물은 위로 솟구쳐 오르지만, 몸의 기억은 아래로 떨어지는 운동을 고집한다. 예컨대 전시 제목 “폭포와 희열”에서 이 감각이 그대로 드러나듯 차재민은 “폭포를 보는 사람들은 희열을 느끼지만, 폭포 스스로에게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동일한 운동”이라고 언급한다. 작가가 투영한 이 어긋남은 모순적인 희열과 마주할 때 비로소 시각적 관성으로 같은 자리에 반복하는 정서들을 보듬는다. 우리는 익숙한 것이 낯설어지고 지나쳐버렸던 장면이 갑자기 저항을 갖게 될 때 이러한 미세한 정서의 역류를 경험한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기능적 부산물에 가까운 굴다리는 상부의 자동차를 통과시키기 위해 마련된 구조물의 하부로서 이 구조물 또한 정동의 중심에 서 있게 된다. 차재민은 이 틈을 도시 생활에서 가장 다양한 리듬의—새가 둥지를 틀어 밤을 보내고, 출퇴근 사이를 걷는 이들이 속도를 늦추며, 연인들이 모였다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노인들이 통증을 달래기 위해 일정한 속도의 걷기를 반복하는—감각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플랫폼으로 명명한다. 작가가 이 굴다리를 지나갈 때마다 떠오르는 여러 이미지와 문장들 속에는 ‘굴다리 아래 퇴적하여 굳어진 비둘기 배설물, 깃털 몇 개, 단어 몇 개, 아무 표식 없는 무덤’처럼, 굴다리는 인간과 비인간이 “특정 목적을 성취하면서 생긴 부차적인 구멍 속 다양한 화자들”을 포착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시는 특정 사건을 따라가는 대신에 누가 보며, 무엇이 중심이 되는지를 묻고, 서사가 정점에 도달했을 때의 감정적 폭발보다 시점과 중심이 바뀌는 순간에 미세하게 발생하는 불안정한 감각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서로 다른 화면들 사이를 오가며 자기 몫의 이야기를 스스로 꿰어야 한다.
이 전시에서 드로잉은 몽타주 구조를 둘러싼 감각적 좌표이자 촉각적인 텍스트로 기능한다. 일부 드로잉은 벽면이 아닌 좌대 위에 매립되는데, 이러한 방식은 작가가 드로잉을 제작할 때 몸의 자세—바닥 혹은 책상 앞에 앉아, 평면을 내려다보며 그려 나갔던 시선—를 그대로 공간에 옮겨온 자리에서 비롯된다. 드로잉은 영상의 스토리보드처럼 시간의 흐름을 안내하는 설계도가 아닌, 앉아 있는 몸이 특정 방향과 속도로 시선을 움직인 결과로 남은 좌표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전시는 관객이 좌대 위에 드로잉을 내려다보았을 때 작가가 앉아서 화면을 구성하던 시점에 잠시 겹쳐 들어가도록 손짓한다. 특히, <콘크리트의 표정>(2025), <수수께끼>(2025), <서식지>(2025)로 이어지는 과슈 드로잉 연작은 홍제천 일대를 구성하는 기둥, 교각, 난간, 수면과 하천 구조물, 그 위를 오가는 새와 사람의 움직임을 감정의 지지체로 재조직한다. 과슈의 매트한 발색과 붓질이 작가 손의 소근육 감각을 떠받치는 표면이 되어, 영상과는 사뭇 다른 속도인 작가의 촉각적 사유로서, 영상 속 공간을 읽기 위한 또 하나의 좌표계로 작동하도록 한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 프린트와 콜라주로 구성된 <폭포와 희열을 위한 연구 1, 2>(2025)은 영상의 ‘원안’이라 부를 수 있으면서도,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이미지 에세이이기도 하다. 이 콜라주는 홍제천에서의 로케이션 리서치를 통해 촬영한 새, 사람, 구조물, 물 표면의 사진들을 자르고, 재배열하고, 붓질과 텍스트 부분을 함께 중첩시켰다. 이때 영상 속 장면들이 예고되면서 동시에 영상으로는 구현되지 않은 과잉된 이미지와 생략된 간극들이 날 것의 상태 그대로 남아 있다. 이렇듯, 드로잉과 콜라주는 관객으로 하여금 영상을 보기 전 혹은 본 후에 다시 한번 ‘이곳을 어떻게 다시 그려볼 것인가’를 묻게 만드는 일종의 평면적 사유의 장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전시에는 장편 에세이 필름 <밤의 편대>(2026년 예정)를 위해 진행 중인 <밤의 편대를 위한 연구>(2025) 드로잉 연작이 함께 자리한다. 이 드로잉은 정신질환을 앓는 당사자가 아닌 그들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에서 출발한 것으로, 《폭포와 희열》에서 이후 연결될 제삼자의 언어에 대한 방향을 예고한다. 《폭포와 희열》은 도시의 주변부로 밀려난 공간들—굴다리, 인공 폭포 주변, 산책로의 주변 풍경—을 고통과 희열의 모순적인 정서의 중심으로 소환하는 동시에, 일상적 운동이 감정과 신체를 어떻게 조율하는지에 대한 관찰의 일부이다. 영상에 여러 몸들이 공존하여 전시의 중심축을 이룬다면, 드로잉과 콜라주는 서로 다른 비중과 형식으로 그 리듬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매체로 선다. 이렇듯, 전시는 일상적으로 통과하는 구조물과 풍경을 다시 보게 만드는 대신, 그 속을 통과하는 서로 다른 리듬이 한 시야 안에서 중첩될 때 비로소 다음 질문들이 시작될 여지를 두도록 한다. 차재민은 《폭포와 희열》을 통해 조용히 집요하게 묻는다. ‘구멍’ 속 다양한 화자들과 흐르는 물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들을 포착하므로, 의미가 확정되는 순간이 아니라, 잠시 유예된 상태에서 서로 다른 서사와 시점이 겹치고, 갈라졌다가, 다시 엮이는 틈에서 비로소 감각되는 것인지 모른다고.
크레디트
참여작가 : 차재민
공동 기획 : 추성아
글 : 추성아
공간조성 : 무진동사
영상 장비 및 테크니션 : 올미디어
사진 : CJY ART STUDIO (조준용)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